7월 27일은 6∙25 한국전쟁 정전 협정을 체결한 날이다. 2025년은 정전협정 72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6∙25 한국전쟁 관련 영화를 다수 제작했다. 영화를 통해 6∙25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호국 영웅이 지켜낸 헌신의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
▲ 정전협정 다음 날인 1953년 7월 28일 판문점에서 진행한 첫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에서 블랙시어 브라이언 미 육군 소장과 리상조 조선인민군 소장이 신임장을 교환하고 있다.
|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UN군) 총사령관과 북한군∙중공군 인민지원군 총사령관 사이에 체결한 협정으로 휴전에 돌입해 2025년 현재까지 분단이 고착화됐다. 정전 협정은 문자 그대로 전쟁을 잠시 중지한다는 의미로 전쟁 당사국이었던 한국은 자칫 분단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염려로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유독 1960년대 한국전쟁 관련 영화가 많이 제작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1963년과 1964년 제작한 한국 전쟁 영화 소재 두편은 한국 영화사에 획을 그었다. 1963년 제작한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1964년 신상옥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빨간 마후라'가 흥행과 함께 국방부, 해병대,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제작했다.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1963년 이만희 감독 연출로 당시 최고 인기 배우, 가수 출신이 출연한 흑백 작품이다. 장동휘, 최무룡, 구봉서, 이대엽, 독고성, 전계현, 나얘심, 강미애, 전영선, 김운하,최성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6∙25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한 대한민국 해병대가 상륙해 교두보를 확보하며 맹렬히 북진하는 모습이 나온다. 극중 강대식 분대장(장동휘 분)과 분대 해병들은 북진하면서 자신의 고향을 지나가면서 북한군에 의해 가족이 학살을 당한 모습에 분노하는 모습, 중공군의 기습 공격에 용감히 저항하지만 결국 다수의 해병 분대원이 전사하며 살아남은 해병이 절규하는 모습에 눈시울을 글썽이게 한다.
당시 제작을 위해 해병대가 적극 협조를 해 수륙양용장갑차, 다수의 해병이 참여하는 등 실제와 같은 스케일을 보여줬다. 영화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을 연상케하는 상륙 전투장면이 나온다. 고증을 통해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 시가지 전투를 재현했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이후 한국 영화계는 한국전쟁 영화 제작 붐이 일어나 관련 영화 제작이 활성화했다. 당시 국방부와 해병대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리얼 전투 장면이 박진감 있게 묘사됐다. 극 초반 해병대 상륙작전 전투 장면은 이런 지원 하에 촬영됐다. CG가 없던 시절이라 실탄과 폭약을 터트리며 리얼하게 촬영했다.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치열한 전투 장면만 있지 않고 각 해병 인물들의 개성을 잘 표현하며 해병 개인의 용맹성과 전우애를 스크린에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만희 감독은 이 작품으로 관객 동원 22만 명으로 1963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1963년 제1회 청룡영화상에서 3개 부문 감독상, 특별상, 집단 연기상(장동휘, 최무룡, 구봉서, 이대엽, 김운하. 남준택)을 시작으로 1964년 제3회 대종상영화제 3개 부문 감독상, 녹음상(이경순), 신인상(서정민), 1964년 제7회 부일영화상 촬영상(서정민)을 수상했다. 또한,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대만, 말레이시아에 수출했다.
실제 역사적으로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 해병대는 매우 용맹하고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50년 8월 16일 경상남도 통영 반도에 상륙 작전을 단독으로 추진해 성공한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통영 상륙작전을 통해 통영을 점령한 북한군을 격퇴하고 다시 탈환한다. 이후 인천상륙작전에도 참여해 미 해병대와 함께 경인가도와 수도 서울 수복 전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한, 1951년 6월 강원도 양구 전투에서는 미군이 공격하던 고지 점령 임무가 연일 실패하자 해병대에게 공격 기회가 찾아왔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양구 도솔산 지구 24개 고지를 모두 탈환하며 현재의 중부 전선 휴전선을 고착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흥행과 화제를 모으며 개봉한 다음 해 1964년에는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컬러 영화 '빨간 마후라'가 개봉했다.
1964년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빨간 마후라'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전투기 비행대대 조종사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한국 영화 최초로 공중전과 공대지 전투 장면을 스크린에 옮겨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신영균, 최은희, 취무룡, 윤인자, 박암, 한은진, 남궁원, 이대엽, 황정순, 김희갑 등 유명 남녀 배우가 대거 출연했다.
아직 CG 기술이 없던 시절이라 신상옥 감독은 공군의 지원 아래 실제로 다수의 전투기가 근접해 기동하는 편대비행, 대한민국 공군과 공산군 공군 간 공중전, 공중에서 지상을 공격하며 실제 자동차와 벙커, 건물 등을 공격하는 공대지 공격 등을 실제 폭탄을 사용해 관람하는 관객에게 실감 나는 전투 장면을 보여줬다. 특히, 전투기 날개와 동체 등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폭탄을 투하하고 기관포를 발사하는 장면은 당시에는 매우 신기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이었다.
평양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과 강원도 고성 351 고지 전투를 연상하게 하는 전투 장면은 실제 대한민국 공군이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이 성공하지 못한 미션을 대신 맡아 전과를 낸 승리 작전이다.
영화 속 북한 철교 폭파 작전은 1952년 1월 시행한 평양 근교 승호리 철교 폭격 작전을 떠올리게 한다. 승호리 철교는 평안북도 이북에서 중공군과 북한군이 전방으로 물자와 병력을 싣고 이동하는 경로에 있는 다리다. 공산군은 유엔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대공포 진지를 촘촘하게 배치했다. 이런 대공포 진지로 무장한 승호리 철교에 미 공군은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하지만 대공포화에 임무 수행에 실패한다. 이에 대한민국 공군이 임무를 맡아 승호리 철교 폭파에 성공한 작전이다.
또, 고지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아군 육군을 지원하기 위해 공대지 폭격을 하는 영화 속 장면은 1951년 10월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강원도 월비산 351고지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대한민국 공군 3대 전승작전을 스크린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당시 월비산 351 고지는 금강산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해 바다와도 닿을 거리에 있는 요충지였다. 국군과 공산군 모두 이곳을 장악하기 위해 많은 피를 흘린 요충지였다. 이에 육군의 공격과 방어 작전에 강릉기지에 주둔하던 대한민국 공군은 수 차례 출격해 하늘에서 불을 뿜는 포병 역할을 통해 육군의 든든한 힘이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 고지 지원 임무 중 적 포탄을 맞고 산화하는 장면 역시 월비산 351고지에서 헌신한 조종사의 활약상과 헌신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 밖에도 한국전쟁 중 펜 대신 총을 잡은 학도병의 헌신을 담은 영화가 있다. 2010년 개봉한 이재한 감독의 '포화속으로'와 2019년 작 곽경택, 김태훈 감독의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이 있다.
2010년 6월 개봉한 영화 '포화속으로'는 학도병이 중심이 된 최초의 한국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재한 감독이 연출한 영화 '포화속으로'는 차승원, 권상우, 최승현, 김승우, 김혜성, 신현탁, 문재원, 김윤성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1950년 북한군의 포항 진입을 지연하게 한 3보병사단 소속 학도의용군의 전투를 소재로 제작했다. 영화 속 학도병 역을 맡은 배우들은 개성이 강해 모범생부터 반항기가 넘치는 사춘기 소년들의 애국심을 잘 표현했다.
북한군은 낙동강에 국군과 유엔군이 방어선을 만들고 주저항선을 만들자 우회해 동해안에 있는 포항을 점령하고 곧바로 남하해 부산까지 남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중심에 포항이 있었다. 포항이 뚫리면 낙동강 방어선도 필요가 없어졌다. 급한 국군은 총도 쏴보지 못한 학도병을 파견해 포항에서 지연 방어 전투를 치루게 한다.
당시 전투를 치루고 생환한 학도병 출신 참전 유공자들은 한결같이 "비록 훈련량, 탄약, 무기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 반대로 침공하는 북한군은 전투 경험이 많은 정규군이었다. 하지만 학도병은 나라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싸웠고 기대 이상으로 지연 작전을 펼치며 북한군에게 큰 피해를 주고 방어전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라고 말했다.
2019년 작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맥아더 장군이 계획한 세기의 도박 '인천상륙작전' 시행 하루 전 북한군의 관심을 쏠리게 하기 위한 기만 작전으로 학도병 772명이 경상북도 영덕군 장사리에 상륙한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명민, 최민호, 김인권, 김성철, 곽시향, 메간 폭스 등이 출연했다.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1950년 9월 13일 학도병 772명은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성공을 이루기 위해 감춰져 있던 기밀 작전에 투입한 학도병의 이야기를 다룬다. 군번도 계급도 없이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해 자원한 학도병은 장사리에 상륙해 북한군의 이목을 끌고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군사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정규군인 북한군에 맞서 싸운 학도병의 희생은 매우 컸고 오랫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를 통해 잊힌 전투에 대한 재조명과 한국전쟁을 모르던 후세에게 학도병의 헌신과 애국심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를 관람한 많은 관객은 학도병의 존재와 장사리 상륙작전에 투입한 772명 중 140명만 생존해 부대로 복귀한 사실에 충격과 함께 이들의 헌신을 다시 새기게 되었다는 후기가 많다.
마지막으로 2004년 강제규 감독이 만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2011년 개봉한 장훈 감독의 '고지전'은 정전 협정 전 가장 치열하게 단 한평의 땅을 더 차지하기 위해 피를 흘린 고지 쟁탈전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강제규 감독이 1999년 한국 영화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쉬리' 이후 5년 만에 제작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38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전 개봉 58일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선 '실미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제41회 대종상영화제 5개 부문, 제3회 대한민국영화대상 3개 부문, 제25회 청룡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낙동강 전투, 평양 수복 시가지 전투, 개마고원 전투, 휴전을 앞둔 치열한 고지 전투 등을 자세히 묘사했다. 영화 속 휴전 협정을 앞두고 벌어지는 마지막 전투 장면인 고지전은 중동부 산악지대에서 치열하게 공방전이 벌어진 사건을 잘 표현했다.
실제로 워낙 격렬했던 고지전투 그리고 정전협정에 의해 비무장지대와 격전지에서 산화한 호국 영웅의 유해를 미수습한 경우가 많았다. 매년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전국에서 유해 발굴 작전을 통해 유골을 발굴하고 있다. 국방부유해발굴사업은 2000년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한시적 사업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국방부 직할 기관으로 2007년 창설해 2025년 현재까지 국군전사자 9천여 위를 발굴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살아있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고지 전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매우 치열했던 고지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가 바로 '고지전'이다. 2011년 개봉한 영화 '고지전'은 하루에도 주인이 몇 번 바뀌는 치열했던 고지를 둘러싼 쟁탈전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나이는 어리지만 악어중대 중대장으로 분한 신일영 역을 연기한 이제훈, 고수와 신하균의 연기 조합이 극의 몰입도를 높여줬다.
고지전의 치열한 흔적은 '화살머리 고지', '백마고지' 등과 같이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에서 최근 발견한 호국 영웅 유해와 유품을 공개하면서 다시 재조명하고 있다. 사실 고지 전투는 1951년부터 정전 협정을 체결하는 1953년까지 대공세는 소멸하고 국지적으로 고지를 뺏고 뺏기는 고지 전투가 활성화하며 국군장병의 많은 피를 흡수했다.
민간인에게도 개방하고 있는 휴전선 경계부대의 전망대에 오르면 남방한계선 철책과 이곳을 지키는 GOP 대대 장병들과 비무장 지대에서 근무하는 GP 장병까지 이들의 헌신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현재에도 최전방 수호병이라고 불리우는 전방 경계부대 장병은 낮과 밤, 24시간 모두를 선배 영웅이 피를 흘리며 지켜낸 땅을 지키며 담담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5년 7월 27일 정전 72주년을 앞두고 6∙25 한국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당시 우리를 위해 헌신하신 호국 영웅들은 이제 80대, 90대 나이로 그날의 기억을 증언하고 있다. 호국 영웅의 헌신과 충정심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우리도 대한민국의 번영은 피를 흘리며 값진 희생을 치룬 호국 영웅 덕분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의 소중한 가족, 형제 그리고 보금자리를 하루아침에 불태우고 잡아가고 억압했던 침략자에 맞서 우리는 늘 소중한 것을 지키는 자세와 시간이 된다면 한국전쟁 관련 영화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정전협정을 앞둔 우리의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최인갑 기자 ws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