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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교육·논평/성명
[논평] 기업과인권네트워크 "팜유 농장으로 삶의 터전 잃은 토착민들에게 구제책 제공 못한 한국 NCP 규탄한다"
△피해자 의견 반영 안 한 공허한 'ESG 경영 권고', 기만에 불과 △한국 NCP는 기업과 정부의 정책 홍보 역할 대신 피해자 구제책 마련에 제 역할 다해야
기사입력: 2022/01/21 [09:34]   월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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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인권네트워크

 1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에서 발생한 환경·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한국 연락사무소(이하 한국 NCP)에서 진행한 이의신청 사건에 대한 최종 조정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의 제기 진정인인 기업과인권네트워크와 인도네시아 현지단체인 Yayasan Pusaka Bentala Rakyat, SKP-KAMe, WALHI Papua는 환경·인권 침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구제책이 제공되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연락사무소(NCP)는 국가가 운영하는 비사법적 고충처리절차(non- judicial grievance mechanism)로서 기업이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여 권리 침해를 당한 당사자들에게 조정을 통한 구제책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제도이다. 그러나 2년 이상 진행된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서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팜유 농장 조성 및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림파괴와 수질오염 등으로 피해를 입은 토착민들은 구제책에 접근할 수 없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조정 절차 중에 NDPE(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산림파괴·이탄지파괴·주민 착취 없는 팜유 생산) 정책을 채택하고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 협의회) 인증을 취득하였으나, 이러한 자발적 인증절차는 기업의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환경·인권 침해를 예방하는 의무적인 실사절차(mandatory due diligence process)를 대체할 수 없다. NDPE 정책은 기업의 자발적 약속으로 이행에 강제성이 없으며, RSPO 인증을 받은 사업자들의 공급망에서도 여전히 노동 착취, 산림파괴 및 토지강탈이 만연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팜유 생산자 및 유통사들이 수년 전에 NDPE 정책을 채택하고 RSPO 인증을 받았음에도 팜유 생산 과정에서 환경·인권 침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채택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의 이행이다.

 

진정인들이 이의신청 절차 진행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달했음에도 한국 NCP 는 최종성명서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NDPE 정책을 채택하고 RSPO 인증을 취득한 것에 대해 ‘가이드라인의 모범 사례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는 팜유 생산자의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에 대한 상세한 고려 없이 기업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진정인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한국NCP는 조정 절차 전반에 걸쳐 특별히 인도네시아 현지 진정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다국적기업의 환경·인권 침해 피해자들이 절차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례로 한국 NCP 는 인도네시아 현지 진정인들이 조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통역을 지원하지 않았으며, 1차 평가 및 최종성명서는 국문으로만 발표하여 현지 진정인들은 진행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국 NCP가 ESG(E: Environmental protection·환경 보호, S: Social responsibility·사회적 책임, G: Governance improve·지배구조 개선)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라며 홍보하기에 급급하다. ESG 경영이 단순한 홍보용 정책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이 최소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나 UNGP에서 요구하고 있는 수준에서 이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 실사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정부가 주장하는 ESG 인권경영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산자부는 진정인들에게 최종 결정문을 송부하기도 전에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는데, 이는 이의신청 절차를 통한 당사자들의 사건 해결에는 무관심하고 NCP를 정책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의 목소리는 이미 충분히 크다. 지금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기업의 환경·인권 침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드러나고 이들이 구제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한국 NCP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하여 이의신청 진행상황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통보하고, 절차에서 통번역을 적극 제공하고, 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반영한 평가를 성급히 내리는 것을 삼가야 한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NDPE 정책을 채택하고 RSPO 인증을 받은 것이 가이드라인 이행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는지는 기업의 보고서가 아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2021년 1월 21일 기업과인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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