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조선, 전자, 철강 등 기간산업이 흔들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이 21세기에 생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동고동락을 해야 하는 국가를 선정해 강/약점을 분석하기 위해 ‘21세기에 동고동락할 P-50 국가’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이다.
‘P’는 파트너(Partner), 힘(Power), 가능성(Possibility), 영구적인(Permanent)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P-50국가는 '한국 정부가 열심히 노력해 영구적인 협력 파트너로 만들어야할 국가'라고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국가로 중동의 사우디 아라비아를 선정했다.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인해 재정적자 심화돼 경제붕괴 조짐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오랜 기간 동안 중동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석유생산량을 감산해 유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란의 반대로 뜻한 바를 성취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월 23일 사망한 전 압둘라 국왕은 ‘아랍의 봄’ 이후 경제개방, 근로자 복지 개선 등을 통해 시민들에 대한 권리를 조금씩 회복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뒤를 이은 신정부가 이러한 정책기조를 이어 받고 있다.
산유국의 혜택을 받은 국가로서 정치적인 측면은 선진국의 일반적인 모습과 다른 면이 있지만 과거 왕족 및 부족체제를 잘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의 주요 경제현안 이슈를 살펴보면 국내총생산의 지속적인 증가, 낮은 경제성장률, 무역흑자의 유지와 비석유부문의 성장추진, 심각한 청년실업률, 석유정제공장의 건설 및 기술력 확보 추진 등이 있다.
이러한 경제적 현안 이슈에 따라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는 에너지와 건설업을 2대 주요산업으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첫째,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는 산유국이자 OPEC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있는 국가로서 석유기반 산업을 제외하면 현재의 재정확보가 불가할 정도다.
세계 석유의 17%가 매장돼 있고 최대 석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주변국가에 비해 잘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란, 아랍에미리트,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의 산유국이 석유생산량을 감소해 유가를 반등시키자고 했던 의견을 묵살하면서 오히려 대체에너지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동지역 원유공급의 40%, 수요의 20%를 충족하는 국가로서 1일루 석유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유지 및 증대하고 있다. 미국이 셰일 오일을 대규모 생산하기 전까지 1990년 이후 세계 1위 산유국을 유지했다.
둘째, 건설업으로 현재 외국에서의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반도로, 철도 등의 육상수송로를 확장 및 보수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루어지는 물류운송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 프랑스, 미국 등의 국가가 에너지, 기후변화, 무역 등의 모토를 내걸면서 우호적인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 중동지역의 최대 건설시장으로 교통 및 부동산 개발이 한창이며 여객수송보다는 화물운송을 통해 비석유부문 산업에 대한 성장까지 도모하고 있다.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입을 위한 항만시설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해 상업항구와 공업항구 모두 확장하고 있다. 이어 고급상품에 대한 물류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항공사 신설 및 증설에도 주력하고 있다.
30세 이하의 청년층 인구가 증가하면서 개인주택의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건설 붐도 일어나고 있지만 재정적자로 인해 재원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청년층 실업률이 심각해지면서 주택 수급의 불일치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민영화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
중동국가의 최대 경제대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현재 하락하고 있는 국제유가를 반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란과 미국의 비협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란은 오랜 경제제재 조치에서 해제됐기 때문에 경제재건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석유생산량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도 대규모 셰일 오일 개발로 획득한 선점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국제원유 시장은 치킨게임(chicken game)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불리한 여건이 유지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가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 국채의 매각으로 인한 재정확보, 신 산업의 육성 등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제사회의 반응은 뜨겁지 않고 차라리 냉담하다. 이미 국가성장동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냉담한 반응과 서방 국가들과 외교적 갈등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러시아도 중동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전략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제가 당분간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0년 동안 사우디 아라비아의 대규모 인프라건설과 시장수요에 매달려 온 일부 국가와 기업의 미래가 어두운 이유다.
중동 국가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연기하거나 디폴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한국 건설기업들도 중동의 인프라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부실채권의 발생으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중동에 진출한 기업의 경영상태나 부실채권을 관리 및 감독할 필요성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막대한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신 성장동력을 발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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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