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자들은 기업을 인류 역사상 가장 진화되고 체계화된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도 일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행복과 사회의 안정에 지대한 공헌을 한 선진화된 정치체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수천 년 동안 왕조시대를 경험했고 자본주의를 체험한 시기는 불과 70년도 되지 않았다. 한국은 서구 선진국이 수백 년 동안 투쟁하고 보완한 거의 완성된 형태의 자본주의를 도입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 단기간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과거로부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활용하는 국가나 국민은 많지 않기 때문에 좋든 싫든‘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제대로 배우려면 꼼꼼하게 기록된 역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역사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꼼꼼하게 기록하지 않고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하면 아무리 방대한 역사를 기록하고 관리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런 관점과 이해를 기업경영에 적용해 도출한 이론이 글로벌정보경영전략(Global Intelligence Management Strategy, 이하 GIMS)이다.
글로벌 정보경영전략의 개념
GIMS라는 용어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경영에서 정보를 중시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윤리경영, 환경경영 등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새로운 경영전략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GIMS 는 ‘기업이 내∙외부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 및 분석해 이를 기업경영 전 과정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정보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하고 전담부서를 만들어 운용한다.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노력과는 달리 국내기업은 정보경영에 대해서 이해도 부족하고 체계적인 대응도 미진한 수준이다. 국내 최고기업이라고 불리는 삼성그룹(이하 삼성)은 회장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의 명칭의 그룹차원의 정보관리 조직을 운영했고 현재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기획(Planning)을 중시했고 현실성 있는 사업기획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정보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삼성의 경우 정보의 중요성은 잘 알았지만 어떤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수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낮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하는 사례도 많았고 도의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보수집업무를 경험한 전직 정보기관 직원을 채용해 실무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가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문제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정보경영을 이해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과 달리 현대, LG 등 다른 대기업은 체계적인 정보활동은 국가만이 할 수 있고 기업은 경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엽적인 정보만 관리하면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윤리(Business Ethics) 차원에서 고민한 것은 아니지만 막연하게 한국 정보기관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정보 자체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 과거 정보기관은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면서 비난을 받았다. 삼성도 정보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