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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국방·교육
(논평)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는 개인적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
"정부의 고소고발은 문제 해결 방법으로 부적절"
기사입력: 2019/01/08 [16:54]   월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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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숙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문재인 정부가 KT&G 사장 교체와 서울신문 사장 인사를 비롯한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인사개입을 폭로하기 이전인 지난 11월 30일 고려대학교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자신이 공무원을 그만둔 이유라는 설명과 함께 지난해 불필요하게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이루어진 배경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 골자는 '지난시기 박근혜 정부의 나랏빚이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현 문재인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을 종용했다는 것이었다.

 

신재민 사무관은 자신의 진술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올해 1월 1일 당시 차관보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하였으며 이어서 다음날에는 역삼동 한국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에서 외압을 행사한 인물로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일련의 폭로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신재민 전 사무관이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한 내용 들을 과장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KT&G 사장 교체 외압의 경우 신재민이 내세운 근거로는 논의과정을 엿들었다는 내용이고,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신문 사장의 경우도 기재부가 서울신문의 1대주주라는 점과 주주권 행사를 통해 일련의 과정이 공개되어 있는 만큼 비밀리에 진행될 여지가 있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국채발행의 경우도 결과적으로 적자국채 발행이 실행되지 않은 가운데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느냐라는 부분도 카카오톡 캡처본 만으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상호 비방이 오가면서 논점은 신재민 사무관의 폭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가면서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합노조는 신재민 전 사무관이 공익제보자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법적 절차에 따른 공익제보의 방식을 병행했다면 조금 더 사건을 합리적으로 다뤄볼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아있다.  

 

또한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에 앞서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 상황을 유포하면서 인신공격을 행한 일부 정치권의 행동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하는 바이다.

 

무엇보다 이번 폭로는 젊은 30대 초반의 행정고시 출신의 사무관이 실무자로서 공직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을 알려내야겠다는 의지가 표출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간 확고한 위계질서와 경직된 조직문화의 상징이었던 공직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징후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지난날과 같은 방식의 경직된 조직운영과 권위와 질서에 의존한 공직사회가 더 이상 개개인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국가의 국채발행과 관련한 업무를 집행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과 같은 어설픈 방식의 폭로를 진행한 것은 단순한 객기 혹은 영웅심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일부에서는 유튜브를 활용한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방책이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다. 오늘날과 같이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개인이 조직과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효율적인 무기는 SNS를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서 청와대나 외부의 압력이 작동한다고 판단했던 신재민 전 사무관이 기자나 공공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근거를 가지고 내용들을 밝혀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은 나름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통합노조는 이번 논란을 통해 공직사회의 영혼을 가진 공무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만일 이번 사건보다 더 저열한 방식으로 정권이 자신의 사욕을 위해 무리한 의사결정을 추진했다면 일선 공무원들은 옷을 벗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지난 박근혜 정권의 사례에서 한차례 경험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노조가 주장해온 부당지시업무거부권과 같은 최소한의 자구책들이 활성화 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5급 7급 9급으로 분화되어 있는 입직경로 또한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최근 입직하는 공무원들의 자질과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5급 행정고시로 입직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납득할 수 없는 의사결정과 불합리한 조직적 판단에 대한 고민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과거와 같이 권위와 위계에 의한 질서로 억누를 수 없으며 출세를 보장한다는 달콤한 보상만으로는 이들이 추구하는 공직자로서의 자부심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수한 인재들이 행정에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련 과정이 필요하다. 좀 더 폭넓은 식견과 안목을 갖추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위 관료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의 9급 기준의 직급체계에서는 5급 사무관으로 입직하더라도 좀 더 큰 범위의 실무적 집행을 수행하는 기능인으로서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통합노조는 이번 사건이 일회적인 사건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이후에도 제2, 제3의 신재민 전 사무관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여긴다. 더불어 현재 기재부가 신재민 전 사무관을 고소 고발한 것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을 강구할 것을 권유한다.

 

이와 같은 집단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교육 과정에서부터 민주주의에 관한 교육과 집단 간의 숙의적 합의 과정에 대한 프로그램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행하는 정치와 행정에 종사하는 공직자들의 경우 이러한 소양을 배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교육과 제도적인 보완책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통합노조도 공직사회와 일선에서 노력하는 공무원들이 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조정하는 데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아갈 것이다. 더불어 문서상에 존재하는 지침이 없을지라도 정무적 사안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조직 간에도 협력적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제도들을 제언해 나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19.1.8.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김용숙 기자 ws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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