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 앞 광장에서 이주 대책을 촉구하는 모습 © 김용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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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산업용재 소상공인 이주대책을 마련하라"
청계천 개발과 관련해 제2의 용산참사가 우려된다며 대책 촉구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청계천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과 연계해 청계천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청계천 상인 중 매출 감소로 폐업한 업체와 근근이 살아가는 업체 등으로 도시 슬럼화가 되어버린 청계천을 개발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한호'라는 개발업체에 개발을 승인해 현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13,000명 세입자의 영업권과 생존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명도를 진행했다는 것.
또한, 세입자 이주 대책은 논의하지 않은 채 시행사가 건물주와 거래, 6월~9월 사이 세입자들이 영업장을 비워주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와 청계천상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유락희)는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청 앞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에서 '청계천 개발 이주대책 촉구 입주상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유락희 비대위원장 성명서 낭독(서울시청 앞) © 김용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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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 대책을 촉구하는 손팻말 문구 © 김용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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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선 서울시와 서울 중구청의 세입자 이주 대책에 관한 전향적인 검토를 간곡하게 호소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와 함께 "청계천은 1960년대부터 공구 판매를 시작한 공구 메카로 성장했다"라면서 "이 상권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문화유산인 특화거리로 지정, 보호해서 함께 상생할 지역으로 만들어 달라"라고 호소했다.
◆"청계천 상공인들을 아무런 대안 대책도 없이 길거리로 내몰지 말라"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위원장 유락희)는 성명서를 통해 "청계천은 수십 년간 우리의 삶의 터전이었고 우리의 생계를 꾸려 나가는 일터였고 우리들의 고향과 같은 곳이었다"라면서 "유통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짜여진 이곳을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대책과 대안 없이 내쫓으면 어느 곳으로 가서 정착하라고 하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는 "국가에서는 공공개발이라는 이름하에 민영 시행사를 앞세워 보상금을 쥐꼬리만큼 주고 내쫓으려고 하고 있다"라면서 "국가에서는 낙후된 곳을 재정비함에 있어서 그곳의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보호해 줄 의무가 있다. 오직 이 곳이 삶의 터전이고 고향처럼 알고 삶을 영위하던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개발하라"라고 요구했다.
▲ 대체 부지 방안을 촉구하는 손팻말. © 김용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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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 대책을 촉구하는 손팻말 © 김용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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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는 특히 "▲서울시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8개 구역으로 나누어서 개발을 하려고 하는데 이중 1개 구역을 산업용재 타운으로 만들어 분양하여 주십시오 ▲ 첫 번째 안이 힘들다고 하면 새로운 대체부지에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서 영업하던 상공인들이 모두 입주할 수 있는 영업장을 만들어 분양하여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이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8개 구역을 순차적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1개 구역을 개발할 때마다 그곳 상인 또는 세입자들과 계속해서 마찰이 생길 텐데 이것은 모두 다 손해라고 본다. 관계자분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청계천도 리모델링을 통해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으로 태어나면...
청계천상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저희들은 적게는 30년, 많게는 거의 60년이라는 세월을 오로지 청계천 지금의 이 자리에서 피땀 흘려 일하면서 가정을 지키고 상권을 형성하였고 나아가 전국에 걸쳐 체계적인 산업용재의 기틀을 마련함과 동시에 중구 발전을 위하여도 이바지하였다는 자긍심 속에서 살아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3년 서울시의 일방적인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으로 유형무형의 재산이며 상인들의 피땀 어린 권리금이 사라진 것은 차치하고라도 공사 기간 내내 소음과 분진, 매출의 급격한 감소, 원가분양의 약속을 저버린 가든파이브의 터무니없는 분양가, 그리고 무엇보다 청계천 가게들이 다 없어졌다는 루머에 저희는 말 못 할 아픔을 가슴에 안기도 하였다"라고 말했다.
청계천상권수호비상대책위원회는 계속해서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지난겨울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며 올봄을 맞이하였지만, 영세업체인 저희는 청계천 재개발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며 공익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또다시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게 되었다"라고 한탄했다.
이와 함께 "몇 해 전 예지동 시계골목도 저희와 유사하였으나, 결국 의욕만 앞세운 시행사의 포기로 무산되었고 상권만 잃어버린 채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이웃이 있다. 한편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던 세운상가는 우여곡절 끝에 정책이 변경되어 다시 이웃과 시민들 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라고 밝힌 뒤 "저희는 장사만 하던 사람들이라 아무것도 모른다. 바로 이곳은 낮에는 살아 숨 쉬고 밤에는 그다음 날을 위하여 휴식을 취하는 우리들의 집과 같은 곳"이라고 술회하고 "길가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 하나까지도, 담벼락에 난 상처까지도, 심지어 좁은 길과 낙후된 건물도 그대로 보전하여 그들만의 역사와 자랑이 되고 오늘도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을 부르는 이탈리아 로마처럼, 우리 청계천도 리모델링을 통하여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많은 이의 볼거리는 물론 도심 속 작은 거인이자 중구의 자랑거리가 되리라 굳게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청계천상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끝으로 "저희의 바람은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라면서 "저희의 삶이 담겨 있고 땀이 배어 있는 이곳 청계천을 지키며 우리 자녀들, 후대들에게 이 아름다운 청계천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호소했다.
▲ 서울시청 공무원이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 호소문과 성명서 등을 받고 있다 ©김용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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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후에는 청계천상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위 내용을 담은 호소문과 성명서 등을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창식 중구청장에게 전달했으며 서울시청 측에선 공무원이 비대위 측으로부터 호소문 등 서한을 직접 받았다.
김용숙 기자 ws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