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남북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올해로 43돌, 반세기가 경과한 사문서로 빛 바랜 것 같은 7.4 공동성명이 현재도 누구에 의해서 부인되지도 폐기하지도 못하는 것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통일 씨앗 아니고는 민족의 미래가 개화될 수 없다는 철리와 관련되는 것일 것이다.
7.4 공동성명은 냉전의 적대 대결이 열전의 발화점으로 치닫던 1960년대를 경과하면서 적화통일에 집요했던 북과 반공을 국시로 한 남의 군사 권력 정권 사이에 합의된 통일 원칙이었다.
첫째,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셋째,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
7.4 성명에서 남북 기본합의서를 거쳐 완결된 6.15 공동선언은 10.4 선언 남북관계 발전 민족경제공동체 추동의 청사진과 각론적 합의로 더 진전되고 이런 실사구시적 성과는 통일의 단계 단계로 발전적으로 순항하는 확실한 이행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드디어 방북의 길에 오른다. 정부 간 대화도 안 되고 정부 특사도 안 되고 국제간 테이블 협의도 안 되는 단절의 절벽에서 이 방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7.4 성명의 정신을 통일 이정표로 올린 김대중 대통령 업적이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고인의 화신인 부인이 민족 성업을 정권에 대신해서 남북의 물꼬를 틔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민족 내부의 관계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동족의 관계이며 혈연의 관계이다. 혈육의 관계에는 은수가 손바닥의 양면이며 종내에는 일심동체가 될 수밖에 없다. 이기적이고 수구적인 이해타산에 매몰된다 하더라도 그것의 결과는 소탐대실 패가망신이다. 그리고 혈육과 민족은 결국 하나로 될 수밖에 없다.
사상은 바람이고 민족은 풀이라고 했던가.
사상과 이념, 정치 이해와 체제가 아무리 경직적이라고 해도 그것은 스쳐가는 바람, 바람 불어 쓰러졌다 또 일어나는 풀, 민족, 민초, 민권, 민심을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이다.
조영건(경남대학교명예교수 6.15학술명예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