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주창한 신경영(출처: 삼성 홈페이지)
◈ 능력과 관계없는 성과주의의 폐해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
연말만 되면 언론은 사상최대의 실적을 낸 삼성이 직원들에게 막대한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뉴스를 보도한다.
경기불황에 중소기업 직원들은 임금조차 체불되어 생활이 어렵다거나 모두가 어려워지면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조차 내지 않는다는 뉴스도 동시에 나온다.
실제 부러워 아는 삼성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받으니 좋겠다고 말하면 그들의 대답은 ‘뉴스에 나오는 성과급 이야기는 삼성전자의 휴대폰이나 반도체 등 일부 부서에 한정된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직원들을 독려하는 방법으로 성과주의를 내세웠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의 성과가 내부혁신보다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휴대폰, LCD, LED, 반도체 등은 기술력이라기보다는 외부 경쟁환경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같은 전자라도 가전, 통신, 시스템 LSI와 같은 조직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경쟁력을 잃었거나 확보하지 못한 사업이기 때문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
2011년 강제로 분사된 LCD도 제품개발과 기술혁신의 실패가 아니라 LED시장의 급작스러운 팽창, 중국 LCD업체의 추격 등으로 사업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가 연관성이 낮다면 이 성과배분체계를 동의할 직원은 없다. 자신이 원해서 특정 계열사, 특정 사업부에 간 직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도 있을 것이다.
조선이나 생명과 같은 계열사도 한때는 그런대로 좋은 실적을 내기도 했다. 이미 사양산업에 속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계열사도 있다.
그저 운(運)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고 하면 성과시스템에 대한 불신만 높아진다. 이런 제도라면 성과급으로 직원들을 동기 부여시키기 어렵다.
일본기업은 직원을 평가할 때 단기적인 능력발휘보다 근본적인 인간성이나 잠재역량에 대한 평가를 우선한다. 잠재역량을 평가할 때 과거의 학력이나 이력보다는 미래 창출할 가치에 더 비중을 둔다.
보상제도도 실적뿐만 아니라 근속연수와 리더십, 조직에 대한 공헌도 등을 함께 평가함으로써 인화와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성과주의가 지나친 개인주의로 치우쳐 조직화합을 방해하고 조직 내부의 시너지(synergy)발생을 어렵게 만든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의 놀라운 실적에 현재의 성과주의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지만 내부 직원들을 만나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현재의 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이들의 불만이 합리적이거나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시스템을 수정/보완하는 데이터로 활용할 가치는 있다고 본다.
성과보상이 일부 상위 경영진에 집중된 점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과연 이들이 직원들과 비교해 그만한 가치의 일을 하고 있는지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해 평가해야 한다.
막연하게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적할 정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며‘글로벌 기업의 경영진이 받는 급여와 성과급 수준은 받아야 한다’하는 식의 발언은 조직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를 설득시키기에는 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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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