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은 '소녀는 없다∙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20년'편을 방송한다. 이날 방송에는 20년째 가해자에 대한 보복에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피해자의 사연과 해결 방안은 무엇일지 짚어본다.
2004년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이 사건은 44명의 고등학생이 한 소녀를 1년 동안이나 집단 유린한 잔혹한 사건이다. 시간이 지나도 이 사건은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사용하며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그리고 202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다시 한번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일부 유튜버들이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면서 재점화가 시작됐다.
사건 후에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룬 콘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피해자에 대한 억측이 난무했다. 피해자는 20년 동안 한 번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에 동의한 적이 없다. 또, 자신이 원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되었던 적도 없다. 그런 피해자가 'PD수첩'과의 만남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힌다.
"저는 아직도 시간이 2004년에 멈춰 있는 것 같아요. 미친 사람처럼 울기도 많이 울고"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피해자 한수진 씨(가명)
20년 전 12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으로 온 뉴스가 도배됐을 무렵 한 기자는 피해자 측에게 기사의 내용은 엉터리라는 전화를 받았다. 동생은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항의 전화였다. 이뿐만 아니라 사건 신고 날짜는 보도자료가 최초 보도됐던 2004년 12월 7일이 아닌 2004년 11월 하순경이었다.
신고 당시 피해자 측은 피해자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는 자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과 함께 피해자의 성 씨와 나이 그리고 사는 곳이 특정된 정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했다. 언론사에서는 별도의 수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사를 그대로 송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찰은 피해자 조사 당시 44명의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대질 신문을 진행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향해 폭언하는 등 비인권적인 수사로 논란이 됐었다. 20년 후의 피해자는 경찰과 언론에 대해 어떤 심경이며 어떻게 이야기할까?
2024년에도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이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말하기 어렵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가명)는 역시 밀양 성폭행 사건 발생 20년이 지났지만 "경찰과 언론 보도의 행태는 피해자를 보호해 주는 세심함이 부족하다. 저는 아직도 시간이 2004년에 멈춰 있는 것 같아요. 미친 사람처럼 울기도 많이 울고"라며 피해자를 여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발생후 경찰이 수사 과정 중에 검증되지 않은 가해자의 주장을 기자한테 전달했다. 이후 김진주 씨(가명)는 본인도 모르는 정보들이 우후죽순 배포됐다는 걸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나 언론들의 사과는 없었다.
우리는 인권이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만약 나의 가족이 폭력에 의해 피해를 받았는데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어떤 심정일까? 정말 개선할 수 없는 것일까?
가해자에 대한 보복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의 사연을 통해 우리 사회는 어떤 반성과 개선안을 만들어야 할까?
MBC 시사프로그럄 'PD수첩' '소녀는 없다∙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20년'편은 2024년 7월 9일 밤 9시에 방송한다.
한기동 기자 ws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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