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사장 권오성, ‘한빛센터’)는 2024년 6월 11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허울뿐인 K콘텐츠 전성시대, 방송 산업 대규모 임금체불 고발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 2024년 6월 11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개최한 '허울뿐인 K콘텐츠 전성시대, 방송 산업 대규모 임금체불 고발 증언대회' © 김용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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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는 방송산업 임금체불 피해 당사자들이 참석해 최근 예능과 웹드라마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 등을 증언하며 방송 업계의 문제 개선을 강하게 촉구했다.
현장 증언에 나선 피해사례에서는 PD, 작가, 연출, 촬영, 조명, 분장, 의상, 배우 등 제작에 투입된 직군 전체가 피해를 봤음을 증언했다. 당사자들은 공통으로 "제작사가 임금체불이 시작됐는데도 임금 지급을 반복적으로 약속하며 제작을 강행했다"라고 고했다. 심지어는 자금 유동성을 이유로 핵심 스태프에게 돈을 오히려 빌려 간 사례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방송 노동자들이 제작을 중단한 제작사에 임금 지급을 요구하자 연락을 피하거나 지급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일도 반복됐다고 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는 최근(2023년 이후) 일어난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2024년 5월 10일부터 임금체불 특별신고센터를 운영했으며 5월 말까지 14건의 제보를 접수했다. 그 결과 120명 이상의 종사자가 누적 12억 원 이상의 임금(대금) 미지급 피해를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접수한 사례에서 확인한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므로 접수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전체 산업의 임금 체불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송 노동자들은 제작사의 거듭된 지급 약속과 콘텐츠가 완성되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 특성상 임금 체불이 시작됐는데도 주어진 업무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억울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방송 제작에 합류할 수밖에 없는 방송 노동자들은 특히 최근 방송 분야의 구직난으로 인해 갑(甲)의 위치에 있는 제작사에 밀린 임금을 달라고 종용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미칠 지경에 놓인 을(乙)의 처지에서 억울한 눈물을 애써 감추며 살아야 했다. 제작사의 수개월간 임금(대금) 미지급으로 방송 노동 당사자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불안한 하루를 연명한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임금 체불을 해결해주어야 하는 노동당국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노동청에서는 계약서가 단지 용역계약서라는 이유로, 또는 계약서가 없고 재택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일반적인 고유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사례에서 노동자성이 강하게 인정되는 경우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자성을 부정해 왔다. 이로 인해 간이대지급금(소액체당금) 등 마땅히 작동해야 할 제도적 보호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현장증언 피해사례 외에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가 접수한 사례를 살펴보면, 투자 유치 부진 등을 이유로 제작이 초기에 중단되면서 기획 단계에서 투입된 작가 등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 중간에 제작이 중단되면서 일했던 부분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 제작이 완료됐는데도 제작사의 사정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임금이 미지급이 수개월째 해결되지 않는 경우 등도 존재했다. 또한,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했는데도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구제받지 못한 경우들이 있었고 민사소송을 고려하지만 법률 비용에 대한 고려로 진행하지 못하거나, 승소한다고 한들 영세한 제작사의 경우 임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는 기획과 제작, 투자와 고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파편화된 현실과 제작 및 송출 전에는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 방송 콘텐츠 산업의 특성, 그리고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대두로 커진 불확실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제작사는 편성을 구두로 약속받고 투자를 유치해 제작에 들어가는 순으로 움직이는데, 경기 불황과 광고시장의 위축 등이 발생하면서 투자가 무산되고 제작이 중단된다. 특히 한 개의 프로그램 제작이 무산되면 영세한 제작사가 받는 타격이 매우 크다. 문제는, 제작사들이 제작 과정에서 경영 실패를 스태프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거나, 임금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항으로 보지 않는 데 있다. 이로 인해 방송 분야 노동자들의 생계는 위협에 시달리고 이로 인한 정신적 불안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이 2024년 6월 11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개최한 '허울뿐인 K콘텐츠 전성시대, 방송 산업 대규모 임금체불 고발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용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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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허울뿐인 K콘텐츠 전성시대, 방송 산업 대규모 임금체불 고발 증언대회'에 참석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방송미디어산업의 고질적인 고용불안의 현실과 잘못된 업계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했다.
▲ 김도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해든 경기센터)가 2024년 6월 11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개최한 '허울뿐인 K콘텐츠 전성시대, 방송 산업 대규모 임금체불 고발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용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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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해든 경기센터)는 방송분야의 노동자성에 대해 협소하게 판단하는 노동당국을 비판하고 이로 인한 노동권 보호의 취약성을 문제 삼으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센터장이 2024년 6월 11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개최한 '허울뿐인 K콘텐츠 전성시대, 방송 산업 대규모 임금체불 고발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용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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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 센터장은 방송제작 현장의 늘어나는 임금체불에 관한 공동대응과 제도 개선 방향 등의 논의를 후속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6월 말까지 임금체불 특별 신고센터 운영을 지속하고 접수 사례에 대해 법률적 지원과 공동 진정, 그리고 노동행정과 임금체불, 방송제작 구조에 관한 제도 개선 토론회 및 관련 입법 활동 등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허울뿐인 K콘텐츠 전성시대, 방송 산업 대규모 임금체불 고발 증언대회'를 개최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는 방송제작환경의 노동실태를 지적하며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PD의 유지를 잇기 위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방송사 및 미디어 산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방송 제작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김용숙 기자 ws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