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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성실하게 협의를 이행하라"
기사입력: 2019/10/14 [14:31]   월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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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타 미디어 편집국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성실하게 협의를 이행하라"

 

지난 6월 18일, 방송 노동자들이 오랜 시간 기다리던 합의가 도출되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전국언론노조, 지상파 방송국 3사(KBS, MBC, SBS), 그리고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까지 드라마 프로그램을 만드는 각각의 주체들이 모여 결성한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이하 4자 협의체)가 약 6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가이드라인 기본사항’(이하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지상파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태프들에게 표준근로계약서를 마련하며, 표준인건비기준에 의거하여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였다. 또한, 드라마 제작현장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기 위하여 주 52시간제에 상응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약속하고, 각 드라마 제작 현장별로 방송사-제작사 책임자, 스태프 대표자가 참여하는 종사자협의체를 꾸리기로 하였다.

 

‘가이드라인’은 최초로 방송국과 외주 제작사가 드라마 스태프들을 노동자로서 마주하겠다는 중대한 선언이었다. 방송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지 오래다. 방송국과 외주 제작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와 효율성만 강조할 뿐, 드라마를 실제 만드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주 100시간을 넘나드는 고강도의 장시간 촬영 속에서 많은 노동자가 병들고 지쳐갔으며, 대다수의 노동자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도 어려웠다. 오랜 구습과 적폐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노동 환경을 쟁취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선언이 바로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벌써 표류 위기에 빠져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협의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4자 협의체에서는 9월까지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인건비기준을 논의하여, 10월부터 제작하는 드라마에 적용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협의를 공표한 이후 9월까지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인건비기준을 논의하는 실무 협의는 8월에 단 한 번 열린 것이 전부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별다른 이유 없이 실무 협의를 계속 연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가이드라인 협의에서 약속했던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인건비기준의 9월 협의 완료-10월 전면 시행’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4자 협의체의 약속만을 믿고 있던 방송 노동자들과 각 드라마 제작 현장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많은 실망과 혼란에 빠져 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 4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역시 지난 10일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발표문에는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은 적반하장적인 자세만이 가득하다.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4자의 주체가 ‘9월 협의 완료-10월 전면 시행’을 ‘임의적 목표 기한’으로 부정하며 방송스태프지부의 비판을 도리어 4자 협의체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 비난했다. 동시에 최근 2~3년간 종편과 케이블 방송국 드라마의 제작 증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의 등장으로 이미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송 노동자의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늘어놓았다.

 

대체 얼마나 많은 방송 노동자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주장대로 ‘대기업 부장 연봉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받고 있는가? 여전히 수많은 방송 노동자가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아무리 부당한 환경에 놓여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방송 노동의 현실은 부정한 것은 물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협의 사항을 왜곡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철저히 방기하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4자 협의체에서 합의한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라! 자신들의 역량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애써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지금이라도 실무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인건비기준 논의에 참여하라. 10월부터 표준근로계약서-표준인건비기준을 드라마 제작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약속은 이미 물을 건너갔어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만약 앞으로도 불성실한 자세로 합의 실천을 미룬다면, 방송 노동자들은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역시 좌시하지 않겠다.

 

2019년 10월 14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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